빌어먹을 세상 따위
- Manager
- 3일 전
- 1분 분량
이 드라마 제목을 봤을 때, 그냥 심드렁하게 넘겼다.
빌어먹을 세상 따위 라니 너무 허세 부리는거 아니야? 싶은 마음으로 말이다.
근데 막상 보기 시작하니까 이건 그냥 허세가 아니라 진짜 세상을 향한 욕이었다. 그것도 꽤 진심인 것
달리는 이유는 다르지만, 도착지는 같았다
제임스는 자신을 싸이코패스라고 믿고 알리사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알리사는… 뭐랄까, 그저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인물이다.
둘은 엉망인 가정에서 자랐고 세상에 정든 것도 남은 것도 없으니 그냥 도망치기로 한다. 도망칠 이유도 방향도 다르지만 왠지 모르게 같이 달리게 된다.
그러다 진짜로 도망만 칠 수 없는 일에 휘말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런데 이게 뭐라고 보면서 웃다가 울다가 또 욕하면서 응원하게 된다.
이 드라마의 감정선은 비뚤어진 순정에 가깝다
둘 다 감정 표현이 서툴고 상처를 웃음으로 덮는다.
제임스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누구보다 깊게 느끼고 있었고 알리사는 다가오는 사람을 밀쳐내면서 사실은 더 미치도록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했다.
그 모든 게 대사보다 표정, 침묵으로 더 잘 전해진다. 이 드라마는 하지 않은 말들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먹먹해진다. 그게 이 드라마의 진짜 힘이다.
올드한 음악, 로파이한 영상미
이 드라마는 영상도 음악도, 딱 힘 안 준 느낌이다. 근데 그래서 더 멋있다. 60~70년대 느낌의 사운드트랙은 이 둘의 불안정한 감정과 너무 잘 어울렸다.
몰입이란 이런 거구나 싶었다. 한 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운 마라톤같이 그냥 보기엔 불편한데, 그냥 넘기기엔 뭔가 찡하다 분명히 말해두면 이 드라마, 약간 불편하다. 답답하고, 말도 안 되는 장면도 많다. 근데 그 불편함이 이 드라마를 기억에 남게 만든다.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 우리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블랙 코미디를 좋아하는 이라면 한 번 쯤 봐보아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