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더 체어

  • 작성자 사진: Manager
    Manager
  • 3일 전
  • 1분 분량

누군가 '교수가 되는 게 꿈이에요'라고 말하면, 거기엔 지적인 이미지와 품격 안정감 같은 단어들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하지만 드라마 더 체어는 그 환상을 아주 현실적으로 약간은 웃기게 뒤엎는다.


미국 명문 대학 영문과의 첫 아시안 학과장

듣기만 해도 대단한 자리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회의실에서 눈치 보기 바쁘고 늙은 동료 교수들 비위 맞추랴 시대착오적 사고방식과 싸우랴 하루에도 열두 번씩 속이 뒤집힌다.

게다가 집에 돌아가면 육아라는 또 다른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마치 어디서든 만나볼 수 있는 우리들 같다.


산드라 오, 피곤한 얼굴조차 리얼하게 빛난다

지윤 김 역을 맡은 산드라 오는 이 드라마에서 말 그대로 사는 연기를 한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좋아하는 배우이다.

부스스한 머리, 머리끈 하나 겨우 묶은 채 학교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특별한 액션도 없고 큰 사건도 없는데 표정 하나로도 감정을 끌어낸다.


'아 저건 진짜다’ 싶은 연기에 심지어 우아하고 싶은 순간에도 현실의 벽이 그녀를 발목 잡는다. 그게 너무 리얼해서 웃기고 또 대단하게 느껴진다.


생각보다 가볍고, 그래서 더 묵직하다

드라마 속 학교는 단지 배경이 아니다.

그곳은 변화를 외치는 세대와 전통을 붙잡고 있는 세대가 부딪히는 축소판이다. 학생들은 SNS와 현실 속에서 교수들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일부 교수들은 아직도 책장을 뒤적이며 과거의 권위를 고수한다.


지윤은 그 틈에서 중심을 잡으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입장은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이 웃기도록 씁쓸하다.

더 체어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사회적 메시지, 인종 문제, 세대 갈등을 꽉꽉 눌러 담았다. 그렇다고 교훈을 강요하진 않는다. 오히려 코미디처럼 톡 쏘고, 가끔은 시트콤처럼 흘러간다.


그러다 문득, 어느 장면에서 '어라, 이거 우리 얘기인데?' 하고 멈춰 서게 만든다.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되었다.


더 체어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