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
- Manager
- 6일 전
- 1분 분량
재난보다 더한 건 혼자 남겨졌다는 감정이었다.
정적과 진공, 그 안에 떠 있는 한 사람과 소리 없는 비명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훨씬 더 깊게 파고들었다.
무중력의 공간은 그 자체로 스릴러였다.
앞도 뒤도 없는 공간에서 방향을 잃고 생존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의심하게 되는 그 순간들이 더 무서웠다.
시선이 아닌 감정을 붙잡은 영화
이 영화는 우주를 바라보는 시선보다 우주 속 한 사람의 흔들리는 내면을 붙잡았다. 화려한 특수효과는 있었지만 그보다 더 눈에 밟혔던 건 고요함, 멀어지는 지구였다.
산드라 블록의 표정 하나하나가 전부였다. 그녀가 숨을 고를 때, 관객도 같이 호흡을 멈추게 되었다.
이건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고립의 이야기였다.
끝나고 나서야 알게 됐다
지구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다시 발로 디딘다는 건 단순한 귀환이 아니라 존재의 재확인이라는 걸 이 영화는 말하고 있었다.
그래비티는 화려하거나 웅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단순한 이야기로 가장 깊은 감정을 건드렸다. 무게가 없는 우주에서 무게감 있는 감정을 남겼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나 역시 오래도록 잊고 있던 살아있다는 감각을 떠올렸다. 단지 귀환의 이야기가 아니라, 존재를 되찾는 여정이었다 라고 말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