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 Manager
- 8월 3일
- 1분 분량
누군가는 인생이 무너졌을 때 도망치고 누군가는 붙잡는다.
이번에 본 영화 와일드의 주인공 셰릴은 그 어떤 것도 택하지 않고 걷기로 했다.
끝도 보이지 않는 산길, 험한 자연, 오직 혼자라는 외로움 속에서 그녀가 찾은 건 과거가 아니라 스스로였다.
이 영화는 여행 이야기가 아니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이라는 낯선 산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관광도 탐험도 아닌 감정의 산행이다.
셰릴은 목적지를 정하지 않는다. 그저 발을 떼고 또 떼며 묵은 슬픔과 죄책감, 고통을 하나씩 되새긴다. 그 과정은 고요하지만 절대로 평온하진 않다.
리즈 위더스푼, 더 이상 스타가 아닌 사람
항상 사랑스럽고 상큼한 이미지의 배우 리즈 위더스푼, 이 작품에서 리즈 위더스푼은 더 이상 배우로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조명이나 각본에 기대지 않고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 그대로 관객 앞에 선다.
추위에 떠는 모습, 물집 난 발을 바라보는 눈빛, 눈물인지 땀인지 구분도 안 되는 얼굴은 카메라 렌즈를 통과해 전해지는 감정은 연기가 아니라 체험에 가까워 보였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지만, 모든 것이 변한다
이 영화에서 누가 죽거나 누가 다시 돌아오거나 극적인 반전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상하게도 내 안의 뭔가가 조금 바뀌어 있다. 삶이 어지럽고 마음이 복잡할 때 이 영화를 보는 것이 참 좋을 것 같다.
와일드는 감정의 폭풍도 드라마틱한 눈물도 없지만 조용히 스며들어 마음을 눌러주는 영화다. 산을 다 오른 그녀처럼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나도 조금 더 단단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