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젠트빌
- Manager
- 17시간 전
- 1분 분량
영화를 처음 틀었을 땐, 그저 고전 시트콤 풍의 배경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모든 게 규칙적이고 완벽하고 마치 누가 만든 교본 속에서 사는 사람들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화면에 색깔이 스며들기 시작했을 때,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그 장면을 오래 바라봤다. 흑백에서 컬러로 변하는 단순한 효과인데 그게 사람의 내면이 열리고 있다는 걸 이토록 강렬하게 보여줄 줄은 몰랐다.
나를 비추는 작은 거울
이 영화 속 사람들은 갑자기 다른 존재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자기 안에 숨겨둔 욕망, 슬픔, 자유를 조금씩 꺼낸다. 그게 눈빛이나 표정으로 드러날 때, 오히려 내가 더 부끄러워졌다.
'나는 지금 내 색깔대로 살고 있나?'
플레전트빌의 인물들이 색을 얻어가며 혼란을 겪을 때 그 혼란이 꼭 내 얘기 같았다.
흑백에서 컬러로 번지는 순간, 나도 함께 깨어났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흑백 장면이 떠올랐다.
안전하고 예쁘지만 답답한 세상, 두려움이 가득하지만 진짜로 살아 있는 세상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결국 색이 있는 쪽으로 가고 싶다.
색깔은 단순히 보이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진짜로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