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선샤인
- Manager
- 5일 전
- 1분 분량
사랑을 잊는 기술이 있다면, 당신은 쓰시겠어요?
몇 년 전, 나 역시 감정이 지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를 좋아했다가, 참 많이 상처 받았을 때였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영화다. 잠시나마 힘든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시간..
이터널 선샤인은 오래된 영화지만, 다시 꺼내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금 다시 보니 이건 단순히 연애 이야기만은 아니다. 기억과 감정, 사람과 선택에 대한 아주 깊은 이야기였다.
잊고 싶지만 잊히지 않는 것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조금은 삐걱거리는 연인이었다. 그들은 사랑했고, 지쳤고, 결국 헤어졌고 누군가는 먼저 상대를 지우기로 결심한다.
'기억을 지운다'는 설정은 황당한 상상일 수 있지만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생각 아닌가. 차라리 없던 일처럼, 깔끔히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하지만 이 영화는 단호하게 말한다.
기억은 지워질 수 있어도, 감정은 그렇지 않다고. 기억을 지우는 와중에도 자꾸만 살아나는 장면들, 좋았던 순간들, 아직 남아있는 마음들.
그 사람을 지우며, 나 자신도 잃어간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조여온다.
단지 이들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그 기억 안에서 점점 작아지는 조엘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타인을 지우는 게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한 나 자신을 지우게 된다는 걸 이 영화는 조용하고 아프게 보여준다.
눈물 나는 장면보다 더 슬픈 건, 정말 소중했던 순간이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을 보는 그 장면들이다.
잊는다는 건, 사랑하지 않았다는 뜻일까?
이터널 선샤인은 묻는다.
기억을 지우면 정말 괜찮아지는 걸까?
사랑했던 그 사람을 완전히 잊는 게, 진짜 치유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잊고 싶어질 만큼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건 살면서 몇 번이나 있을까 싶은 일이라는 것.
지금 마음 한켠에 잊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이 영화를 한 번쯤 꺼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워지는 기억 속에서도 무언가 진짜 중요한 감정은 끝끝내 살아남는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